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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완벽주의자의 비밀

다중지능 2017년 12월 06일 11:35 조회 535

그간 학계에서는 성장과정에서 완벽주의가 발현됐다는 가설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 발표된 일련의 연구에 따르면 유전적 기질이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Getty Images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 내부까지 아름답게 디자인하려고 거액을 투자했다.
크리스틴 치엔 실버스는 완벽주의가 집안 내력이라고 말한다. 디테일에 집착하는 컴퓨터 과학자인 그녀의 어머니는 중국에서 미네소타로 이민왔다. 그녀의 어머니는 더 나은 결과를 낳기 위해서 언제나 배움을 게을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MIT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하버드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언제나 최고의 엄마가 되고 싶었다”는 실버스는 현재 세 살, 다섯 살, 여덟 살인 자녀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풀타임이 아닌 파트타임으로 근무하고 있다.
올해 마흔둘인 그녀는 매사추세츠 주 마시필드에 있는 자택에서 직장까지 출퇴근한다. 그녀는 MIT 학위논문 주제로 모바일 검진기를 제작하는 내용을 다뤘는데, 이 논문 연구결과를 활용해 스타트업(신생기업)을 창업하고 최고의료책임자(Chief Medical Officer)로서 실무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그녀는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병행하기 위해서 한밤중까지 밀린 일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집안 청소가 미진하다면서 미처 하지 못한 일에 전전긍긍한다.
Getty Images
제임스 브라운은 코러스를 담당하는 백업 싱어가 깨끗하게 다린 옷을 입고 오지 않거나 구두를 닦고 오지 않거나 리듬을 놓치면 벌금을 물렸다.
“할 일이 태산이지만, 모두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요.”
그런데 그녀의 다섯 살 난 아들녀석도 벌써부터 완벽주의자 기질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데 선을 잘못 그렸다고 생각하면 울음을 그치지 않아요.”
완벽주의는 무엇때문에 비롯되는 걸까?
그간 학계에서는 자녀에게 성취를 과도하게 요구하거나 자녀가 어떤 목표를 달성했는지 여부에 따라 조건부적인 사랑을 주는 부모 때문에 완벽주의가 나타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의 유전적 기질이 훨씬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시건주립대학교 연구진은 12세에서 22세까지 여자 쌍둥이들에게 나타난 완벽주의 성향을 관찰했다.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적 구조가 100% 동일하다. 연구에 참가한 쌍둥이들은 모두 같은 환경에서 성장했다. ‘우울과 불안’ 저널 1월호에 발표된 쌍둥이 292쌍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일란성 쌍둥이는 완벽주의와 불안 정도에서 이란성 쌍둥이에 비해 훨씬 더 비슷한 점수를 기록했다. 이는 유전적 요소가 환경적 요소보다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PARAMOUNT TELEVISION / Ronald Gr
TV 시리즈 ‘별난 커플(The Odd Couple)’에 등장한 펠릭스 엉거(토니 랜달 연기)는 징징거리는 자신의 습관이 사람들을 얼마나 짜증나게 하는지 알고 있었다. 시즌3에서 펠릭스 엉거는 “나는 사람들을 미치기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가지”라는 대사를 읊는다.
국제섭식장애저널 이달호에 발표된 쌍둥이 340쌍을 대상으로 한 두 번째 연구를 보면 모델이나 연예인의 체형을 우상화하는 경향이 이란성 쌍둥이에 비해 일란성 쌍둥이에게서 더 유사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이 (실험 대상자들의) 체중에 따른 차이를 조정했을 때조차 일란성 쌍둥이는 이란성 쌍둥이에 비해서 체형 이미지 이슈(body-image issue, 자신의 신체의 아름다움이나 성적 매력에 대해서 스스로 느끼는 감정)가 유사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두 가지 연구 모두에서 쌍둥이가 공유하지 않은 환경적 영향(취미활동이나 친구들)은 쌍둥이가 공유한 가정환경에 비해서 이들의 태도에 훨씬 더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제이슨 모저 미시간주립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는 한마디로 “완벽주의는 집밖에서 겪은 독특한 경험뿐만 아니라 유전적 위험소인에 크게 기인하는 것 같다”고 정리했다.
학계에서 어떤 특정한 유전자가 완벽주의와 관련이 있는지 규명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모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완벽주의 발현 요인에 있어) 생물학적인 요소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WireImage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흠집이 있어서 선보이지 않았던 미발표곡들을 모아 최근 앨범을 발표했다. 그녀는 이달 초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에 발표한 곡 가사 중 한 단어만 마음에 안 들었어도 앨범 발표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완벽주의는 심리학적 질환이 아니다. 아직 공식 명칭도 없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는 꼼꼼한 성격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달성 불가능한 높은 기준을 세우고,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자기비하를 한다면 완벽주의는 오히려 독이 된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역기능적 완벽주의(dysfunctional perfectionism)는 좌절, 자기회의, 탈진에 이를 수 있다. 또한 우울증, 불안증, 강박증, 섭식장애, 일중독, 불면증, 자살, 결혼생활의 갈등, 할 일을 꾸물거리며 한없이 미루는 습관 등 여러 정신질환의 실질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wsj-mor-in-tag = "연구"]
미니애폴리스 심리학자이자 ‘완벽주의가 당신과 당신의 자녀를 망치고 있다’는 저서를 집필한 톰 그린스펀 박사는 “연구 결과를 보면 성공하는 완벽주의자는 완벽주의 때문이 아니라 완벽주의에도 불구하고 성공한다”면서 “내가 무엇을 하고있는가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하고있는가를 더 걱정한다면 휘청거리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스펀 박사와 다른 심리학자들은 여전히 완벽주의가 성장과정에서 형성된다고 믿는다. 그린스펀 박사는 “자라면서 한번쯤 자신이 충분히 잘하고 있지 못하다는 메시지를 타인으로부터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다고 부모가 고의적으로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자녀가 SAT에서 780점을 받았는데 엄마가 ‘나머지 20점은 왜 못 받았냐?’고 묻는 경우를 들 수 있다.)
PARAMOUNT PICTURES / Ronald Gran
영화 ‘일렉션(1999년작)’에서 여주인공인 트레이스 플릭(리즈 위더스푼 연기)은 “내가 너무 과도하게 성공에 집착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는가 본데, 그들은 나를 시기하는 것뿐이다”라고 말한다.
다른 전문가들은 유전적 소인이 완벽주의에 광범위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환경과 경험이 미치는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클리블랜드 소재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 소속 에이미 프레보스키 교수는 겨우 세 살밖에 되지않은 아이도 신발끈 길이가 다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설명한다. 그녀는 부모가 자녀의 이런 성향을 어렸을 때부터 조장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런데 어떤 부모는 자녀의 불안을 해결하기 전에 자신의 불안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Getty Images
마사 스튜어트는 요리, 수공예, 손님 접대의 기대치를 너무 심하게 끌어올렸다. 평범한 주부들은 마사 스튜어트의 ‘너무 완벽한’ 살림솜씨를 흉내내느라 좌절감을 느꼈다.
그녀가 성인과 아동에게 활용하는 한 가지 방법은 ‘노출요법(exposure therapy)’이다. 신발끈을 일부러 양쪽 다르게 묶거나, 문장에 쉼표나 마침표를 찍지않는 것처럼 ‘사소한 실수를 하고도 고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그녀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괴로워하지만 사소한 실수를 한다고 전체를 망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도 심각한 완벽주의를 극복했다면서 담요를 코바늘로 뜨면서 중간에 빼먹은 코가 한가득이라고 귀뜸했다.
인지행동요법에서 나온 다른 치료법으로는 자신이 과연 때때로 과도하게 성실하지는 않은지 스스로 인지하고, 장단점의 경중을 따져보고 우선순위를 매기는 방법을 깨우치는 것들이 포함된다. 투머치온허플레이트닷컴(TooMuchonHerPlate.com)에서 전문직 여성들과 사업가들을 컨설팅하는 심리학자인 멜리사 맥크리어리는 이렇게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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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의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한 가지 대상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다는 이른바 ‘일물일어설’로 유명하다. 그런 플로베르도 ‘자신의 작법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일을 그르쳤을 때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호기심을 키워라. ‘이번 실수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지?’라고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극심한 완벽주의를 치유한 사람들도 저마다의 비결을 들려줬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에서 기술서 전문 작가이자 편집자로 일하는 엘리자베스 라웁은 일할 때 타이머를 활용한다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일을 하기로 했다. 타이머를 켜고 일을 시작한다. 그랬더니 한 글자, 한 글자 정신사납게 체크하던 때보다 작업량 측면에서나 품질 측면에서나 개선됐다.”
그린스펀 박사는 (“환자들이 이미 완벽하게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며) 환자들에게 과제를 내주지 않는다. 그 대신 자신의 완벽주의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환자 스스로 곰곰이 생각해보라고 한다. 환자와 환자의 자녀가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 비로소 오랜 세월 서로 오해했던 메시지들이 명확해지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실버스는 지난주에 어머니에게 당신도 혹시 완벽주의자가 아니냐고 용기를 내어 물어봤다.
“엄마는 곧바로 웃음을 터뜨리시며 예전에는 완벽주의자였지만 그렇게 사니까 너무 피곤해서 포기했다고 말씀하셨어요.”

발췌 : By MELINDA BECK  WSA Korea  월스트리트저널 20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