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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잘 안다는 건 착각"…살인자 엄마의 회고록

다중지능 2016년 07월 14일 11:41 조회 15938

신간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지난 1999년 4월 미국 콜로라도주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이 학교에 다니는 딜런 클리볼드와 에릭 해리스가 총기를 난사해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을 사살한 뒤 둘 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일어난 리틀턴은 마약과 범죄가 판치는 슬럼이 아니고,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같은 대도시도 아닌 평범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당시 분노한 피해자의 부모와 지역 경찰은 가해자의 부모들이 살인 사건의 징후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무책임하게 아이들을 내버려 뒀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신간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는 딜런 클리볼드의 어머니 수 클리볼드가 사건 이후 고통과 슬픔 속에서 살아온 날들을 회고하며 쓴 책이다. 그는 사랑하는 아들의 행동을 막지 못한 것을 참회하고 이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며 머릿속에서 거듭해온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수 클리볼드는 피해자에 대한 사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그날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목숨을 바칠 것"이라며 "내가 무슨 짓을 하고 무슨 말을 하더라도 학살에 대해 속죄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살인자의 엄마'라는 멍에를 뒤집어쓴 저자는 자신의 양육 방식에 문제가 있었는지, 아들이 살인을 저지를 만큼 평소 폭력적이었는지 돌아본다.
평범한 백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딜런은 엄마가 보기에 속을 썩이는 애물단지가 결코 아니었다. 부모가 '햇살'이라는 별명으로 부를 만큼 에너지가 넘치고 애정이 많은 아들이었다.
게다가 수 클리볼드는 어릴 때 아이를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했고 아동발달과 아동심리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아 자녀 양육에 자신이 있었다. 또 둘째 아이였던 딜런은 형보다 차분해서 오히려 키우기 쉬웠다.
물론 고등학생이 된 딜런에게 이상한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쉽게 화를 내고 의지가 박약해졌으며, 부모에게 무뚝뚝해졌다. 사건 발생 1년 전에는 주차된 차의 문을 몰래 열고 전자장비를 훔쳤다가 체포된 일도 있었다.
저자는 이러한 행동의 원인이 우울증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저 아들을 믿고 기다리면 친근했던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여겼다.
그는 아들에게 조금 더 다가가지 않은 것을 후회하면서 부모들이 자식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지적한다. 또 사랑만으로는 아이를 올바른 길로 이끌 수 없다고 강조한다.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면 아이와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눠서 아이를 위기에서 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책에서 총기 난사 사건 이후에도 잘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준 마을 주민과 동료들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미국에서 계속되는 총기 사건에 대한 생각도 밝힌다.
"참사가 일어났을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왜?'이다. 나는 '어떻게?'라고 묻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됐다. '왜' 대신에 '어떻게'라고 물으면 자기 파괴적인 행동에 빠져드는 과정을 그 자체로 규명할 수 있다."
반비. 홍한별 옮김. 472쪽. 1만7천원.
연합뉴스 2016년0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