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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기 행동에서 어른의 성격이 보인다

다중지능 2016년 09월 23일 18:11 조회 15896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어느 정도는 공감이 가는 어른들 통찰이다. 어릴 때 익힌 습관이나 길들여진 입맛은 커서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버릇’ 대신 ‘성격’을 집어 넣어도 들어맞을까. 다시 말해 ‘세 살 성격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면 이 또한 맞는 말일까. 잘 웃지 않는데다 자꾸 엄마 품만 파고 드는 아기가 있다면 그는 앞으로 내성적인 성격의 어른으로 자랄 수밖에 없을까. 반대로 어렸을 때 잘 웃고 남에게 잘 안겼던 사람은 커서 낙천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의 사람이 될까.

◆기질과 성격의 같음과 다름
영국 BBC방송이 지난 9일 이같은 궁금증에 관한 학계 연구를 모아 소개했다. 결론은 어릴 적 성격(personality)이야 부모 유전자와 친구들, 학교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수없이 바뀌기 마련이지만 기질(temperament)은 태어난 직후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일정 부분 유지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보인 아기는 어른이 돼서도 외향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기질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BBC에 따르면 미국 심리학자 스텔라 체스-알렉산더 토머스 부부는 1950년대부터 ‘뉴욕 종단 연구’를 시작했다. 태어난 지 1년도 채 안된 아기들 행동 유형을 파악해 훗날 그가 어떤 성격을 가진 사람이 될지를 미리 짐작해보는 연구였다. 당시 뉴욕에서 태어난 아기 133명을 나이 서른이 될 때까지 본인과 그들 부모 인터뷰를 통해 추적 조사했다. 인간의 기질을 활동 수위, 기분 상태, 주의·집중력 등 9가지로 분류해 ‘편한 아이’ ‘어려운 아이’ ‘나중에 온화해지는 아이’ 3개 범주로 파악했다.

이 같은 범주가 30세가 돼서도 유지됐을까. 이들 부부는 "그렇다"고 결론 지었다. 갓난 아기 때 대하기 편했던 아이는 커서도 무난한 성격을 가졌다. 다루기 힘들었던 아기는 어른이 돼서도 까칠했다. 어릴 때는 대하기 힘들었으나 나중엔 대인관계가 무난한 유형도 있었다고 한다. 일종의 어릴 적 기질을 통해 훗날의 성격을 짐작해본 거의 최초의 심리학계 시계열 연구였다. 어렴풋하게나마 기질과 성격의 연관관계를 파악하려한 시도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를 이론으로 정립할만한 유의미한 수치는 발견되지 않았다.

◆기질·성격은 느슨한 상관관계
이후 심리학계에선 어릴 적 기질은 20∼30년 뒤 성격과는 하등 상관이 없다는 가설이 힘을 얻어갔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이같은 흐름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올해 초 러시아 연구진이 발표한 ‘성격 그리고 개인 차’란 제목의 논문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평균 연령 7개월 된 아기들과 부모 45명을 상대로 어릴 적 기질이 8년 뒤엔 어떻게 바뀌었으며 이후 성격 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조사했다.

연구진 결론은 40여년 전 미국 심리학 부부의 결론과 엇비슷했다. 성인의 성격은 자신의 의사조차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영아기 때의 기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어릴 때 놀라운 자기 통제력과 집중력을 보인 사람은 커서도 성실한 사람으로 인식됐다. 반면 어릴 때부터 두려움과 좌절과 같은 부정적 정서를 가진 사람들은 커서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자주 보였다고 한다.

성인의 성격은 영유아기 기질과 크게 맞닿아 있었다는 게 러시아 연구진 결론이다. 앞서 2007년 동유럽 체코 연구진도 비슷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들의 연구 대상은 더 많았다. 40세 성인의 현재 성격을 12세, 30개월 때 기질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본 것이다. 이들은 갓난아기 때 기질을 살피면 30∼40세 때의 성격이 보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물론 어릴 때 까칠한 기질을 보였던 사람이 어른이 돼서도 매사, 매번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큰 틀에서만 둘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자식 성격은 부모하기 나름
영국 런던의 정신의학연구소가 2003년 발표한 ‘유아기 행동 점수로 살펴본 성격 지수’는 어른이 됐을 때도 과연 비슷한 행동(성격)을 보일까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 연구진은 1975∼76년 당시 수천명의 3세 아이들을 관찰하고 그들 부모를 심층 인터뷰했다. ‘잘 적응하는’ ‘절제력을 가진’ ‘확신에 찬’ ‘다소 신경질적인’ ‘내성적인’ 아이들 등 크게 다섯부류로 구분했다. 그리고 이들이 26세가 됐을 때의 성격 테스트를 진행했다.

태어난 지 약 30년 만에 살펴 본 이들의 성격은 놀라웠다. 어릴 때의 기질과 성인이 된 뒤 성격이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다. 어릴 때 ‘확신에 찬’ 행동을 보인 사람은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어른으로 자랐다. 반대로 신경질적인 아기들이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뀔 확률은 극히 낮았다. 말문이 트이기 전 기질이 머리가 완전히 굳게 되는 나이 때의 성격으로 발현되진 않았지만 어릴 적 행동은 훗날 성격을 예측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잣대였다는 게 연구진 결론이다. 

직장으로 ‘피신’한 남편을 대신해 말도 못하는 아이와 하루 종일 씨름한 엄마들. 이들에게 곧 쓰러질 듯 고단한 몸과 마음을 달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곤히 잠든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볼 때이다. 온갖 말썽을 피우다가도 갑자기 빙그레 웃는 아이, 잘 놀다가도 얼굴을 잔뜩 찡그리는 아이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하루에도 수십번 씩 지옥과 천당을 오가기 마련이다. '이 땅의 모든 어머니'를 향한 BBC의 응원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자식을 향한 지금 당신의 마음 씀씀이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빛을 발하고 보상을 받을 것이다." 추석날 차례상 차리느라 쉬지도 못하는 한국의 어머니들의 건투를 빈다.

 

세계일보|송민섭
입력 16.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