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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뇌] 당일치기는 아침에, 복습은 한 달 안에

관리자 2007년 10월 09일 10:03 조회 18085

오감으로 익히고 패턴으로 다지는 뇌의 학습력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방대한 정보를 흡수하고, 남들이 생각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앞뒤가 꽉 막힌 상황에서 옆길을 찾는 문제해결사들. 이들의 뇌는 특별히 다를까. 뇌신경 전문가들의 답은 대체로 ‘아니다’이다. 그들의 뇌에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뇌의 특성에 맞춰 공부하고 기억하고 행동한 덕분이다. 죽도록 노력했는데 성적 혹은 실적이 왜 안 오르는지 답답하다면, 일단 뇌가 원하는 시간만큼 ‘오래’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두 번째로는 뇌가 원하는 방식을 무시하고 비효율적으로 학습한 탓이다.

뇌가 슈퍼컴퓨터보다 성능 좋은 소우주라는 얘기가 있다. 거짓말이다. 뇌는 의외로 모호하고 엉성하다. 기억하고 학습하는 데 시간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느림보이며, 망각은 특기이다. 왜 이렇게 기억력이 없을까 자책할 필요 없다. 그것이 바로 뇌의 특성이다. 뇌는 생존에 필요한 정보 순으로 취사선택해 받아들이고, 그것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일부는 잃어버린다. 전략이다. 뇌는 무게에 비해 에너지를 몸 어느 곳보다 많이 쓴다. 예산을 많이 쓰는 만큼 다른 장기나 기관들의 눈치가 보여서라도 낭비를 하면 안 된다.

4시간 뒤에는 절반만 기억한다

학습력을 높이려면 이러한 뇌의 망각을 줄이는 대신 기억을 더 잘하게 하면 된다. 10개의 새로운 단어를 봤다고 치자. 개롱뇽, 도구리, 바소미, 미세기, 별진상, 대두리, 틀누비, 할기시, 모로매, 수지니. 4시간 뒤에 뇌는 절반 정도만 기억한다. 기억력에 자신 있는 사람이나 건망증이 있다고 여기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이다. 단어를 잊어버리는 속도에는 개인차가 없다. 뇌의 망각곡선은 4시간 안에 급격히 떨어지며 시간이 갈수록 완만해지는 포물선을 따른다(독일의 실험심리학자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당일치기를 한다면 시험 직전에 하는 것이 효과적인 이유이다. 물론 시험이 4교시 정도로 끝난다고 할 때.

뇌의 망각곡선을 이용하면 효과적인 복습과 학습의 시기도 결정할 수 있다. 복습은 1개월 안에 해야 효과가 있다. 해마에 정보가 머무르는 기간은 아무리 길어도 1개월 이내이다. 망각은 시간에 따라 진행되지만 추가적으로 입력된 정보 때문에도 생긴다. 앞의 10개 단어 외에 또 다른 10개 단어를 이어 외워야 한다면, 4시간 뒤에는 처음 10개 중 한두 개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에 간섭이 일어난 것이다.

이케가야 유지 일본 도쿄대 약학부 교수는 “영어 단어 100개를 외우는 시험을 내일 치른다면 50개만 확실히 외우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좋다”고 말한다. 하루 만에 100개를 외우려고 노력해도 기억의 간섭현상으로 50개를 외우는 것보다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케가야 교수는 또 한 가지 참고서를 반복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는데, 역시 기억의 간섭현상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복습은 해마를 설득시키는 과정으로, 같은 내용을 반복하면 해마가 생존에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하고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바꾸게 된다. 해마의 성질을 고려했을 때, 2개월에 걸친 네 번의 복습이 효과적이다. 첫 번째는 학습 다음 날, 두 번째는 복습 일주일 뒤, 세 번째는 두 번째 복습 2주일 뒤, 마지막은 세 번째 복습 한 달 뒤에 하는 것이 최고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적극적인 기억법, 느끼면서 외우라

망각을 막는 것이 학습능력을 높이는 소극적인 방법이라면, 더 잘 기억하게 하는 적극적인 방법도 있다. 뇌는 실패를 통해 가장 잘 기억한다. 방식은 소거법.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하나씩 지워가다 보면 ‘그것’에 도달하는 식이다. 문제를 앞에 두고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실패를 하다 보면 뇌는 이 과정 전체를 기억하고, 또 다른 문제에 부딪혔을 때 기억을 되살려 시행착오를 줄인다. 반면 쉽게 외운 기억은 쉽게 휘발된다.

뇌는 비슷한 정보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특성을 학습에 활용할 수 있다. 차이가 많이 나는 정보를 먼저 공부하고, 그 뒤로 비슷한 것의 차이를 알아나가는 것이다. 전체 내용을 파악한 뒤 좀 더 세부적인 항목으로 파고들어가면 우리의 뇌는 새로운 정보를 좀 더 쉽게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현대회화를 공부할 때 보시, 피라네시, 고야, 르동, 데 기리코의 각 그림을 무작정 공부하는 것보다 현대미술의 특징을 먼저 공부한 뒤 각 화가의 특징을 알아가는 것이 기억에 더 유리하다.

뇌를 속이는 방법도 있다. 뇌는 기억내용에 감정이 개입될수록, 또한 의식적으로 필요하다고 여길수록 같은 내용이라도 훨씬 더 잘 기억한다. 와인 이름을 무작정 외우기는 어렵지만 평소 와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거나, 특별한 와인 향에 끌린 적이 있거나, 와인 마니아인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와인에 대한 기억력이 부쩍 높아진다.

마법의 기억, 패턴 익히기

기억에는 지식기억과 경험기억, 그리고 방법기억이 있다. 지식기억은 교과서나 정보를 언어 형태로 암기하는 기억이며, 경험기억은 체험하면서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 외우는 기억이며, 방법기억은 자전거를 타거나 수영하는 방법을 몸이 기억하는 것이다. 아이일 때 가장 먼저 얻는 것은 방법기억이며, 중학생 때까지는 지식기억, 고등학생 이후 어른이 되면 경험기억으로 진화한다. 지식기억을 경험기억으로 바꿔 기억하면 오래간다. 이를 위해 제일 손쉬운 방법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학습한 정보를 쉬운 말로 들려주는 것이다. 또 노래로 부르거나, 음악으로 듣거나, 맛을 보거나, 손으로 다시 써보는 등 오감을 활용하면 좋다. 시청각 자료를 이용하면 학습효과가 높아지는 것도 지식기억을 경험기억으로 바꾼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천재적인 기억술은 이런 경험기억만 갖고는 부족하다. ‘마법의 기억’이라 불리는 방법기억이 함께 덧붙여질 때 각 분야에서 고도의 학습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방법기억은 몸에 각인되는 기억으로, 한 분야의 방법을 터득하면 비슷한 분야에 학습이 전이된다. 외국어 한 가지를 완전히 마스터하면 또 다른 외국어를 습득할 때는 이전보다 시간이 더 적게 걸린다. 방법기억은 일종의 패턴을 인식하는 것이다. 내용이 아니라 형식을 기억하는 셈인데, 수많은 패턴이 몸에 익으면 경험기억과 더불어 엄청난 학습력을 발휘하게 된다.

실제로 바둑 고수는 대국을 치른 뒤 수의 진행을 완벽하게 복기한다. 비상한 기억력으로 보이지만, 실은 경험기억과 방법기억이 합쳐진 것이다. 바둑 기사들의 경험기억은 개개의 사실들로, 어떤 돌을 언제 어떻게 움직였는가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아무리 초인적인 노력을 해도 대국의 형세를 다 기억할 수 없다. 어떤 국면에서 왜 어떻게 대처했는지의 경험기억과 대국 중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형세들이 무의식중에 기보(碁譜)로 분류·파악되는 방법기억을 더해야 완전하게 형세를 외울 수 있다.

이런 방법기억은 뇌세포 측면에서 보면 세포끼리의 커뮤니케이션과 관련이 있다. A라는 사실을 기억했다면, A를 처리할 때의 방법기억도 뇌세포에 남는다. 그 뒤 B를 외울 때 A의 방법기억이 B의 이해를 도와 B는 쉽게 습득된다. 그 결과 전체적으로 A와 B, 두 개의 정보뿐 아니라 A에서 본 B, B에서 본 A와 같이 네 가지 기억이 생긴다. 두 가지 사실을 외웠지만 기억에는 제곱수만큼의 내용이 저장되는 셈이다. 1, 2, 4, 8, 16…. 이런 방법기억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면 엄청난 양을 기억할 수 있다. 오래 버틸수록 비상한 학습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렇게 보면 천재란 머리가 특별히 좋다기보다 한 분야를 질릴 정도로 집요하게 파고들 수 있는 흥미(동기)와 의지(버티기)를 가진 사람일지도 모른다.

학습효과는 대개 3개월 후부터 나타난다고 한다. 학생의 참고서가 매번 첫 장만 너덜너덜하다면 참고 버텨보는 능력을 기르자. 도저히 힘들어서 안 될 것 같은 순간을 견뎌내는 것이 중요하다. 시동 걸리는 게 느려서 그렇지 시간이 지날수록 보상해주는 것이 뇌이다.

뇌가 얼어붙지 않으려면

최근에는 굳이 다양한 정보를 다 기억하지 않아도 아무 탈 없이 살아갈 수 있다. 인터넷, 전자사전, 계산기의 힘을 빌려 모르는 내용은 검색하고 단어는 두드리고 셈은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러나 이런 환경에서 오래 생활할수록 뇌의 힘은 떨어진다. 일본의 뇌신경외과 전문의 쓰키야마 다카시는 “지나치게 완벽한 환경은 오히려 뇌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의존적인 정보처리가 계속되면 창의성을 잃게 된다”고 말한다. 새롭게 문제를 바라보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뇌가 위기감을 어느 정도 느낄 때 높아진다고 뇌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안 가보던 길을 걷고, 안 듣던 음악을 듣고, 새로운 사실을 알고,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는 것은 뇌를 자극하는 좋은 방법이다. 또 세부적인 사실에만 집착하는 버릇을 줄이고, 중단해야 할 때 과감히 쉬는 것도 뇌가 자유롭게 사고하도록 돕는다.

문제해결력이 높은 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감정을 관장하는 변연계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해결이란 계열화하고 판단하고 선택하는 과정을 포함하는데, 감정에 사로잡히면 뇌가 적절하게 판단하는 힘을 잃기 쉽다. 뇌를 감정계에서 사고계로 바꾸기 위해서는 제3자가 바라보는 것처럼 거리감을 두고 문제를 바라보는 훈련을 하는 게 좋다. 다른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천재들의 뇌’의 비밀

체험적 직관, 놀라운 끈기와 강렬한 동기가 범인과의 차이점

사람들은 일생 동안 자신의 뇌를 10%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나는 단지 15%를 썼을 뿐이다.” 뇌의 무한한 잠재력을 언급할 때면 인용되는 아인슈타인의 어록이다. 실은 이 말은 와전된 것이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이 76세에 죽은 뒤, 그의 뇌 조직을 해부하는 실험실에서 나온 얘기였다. 아인슈타인이 1955년 4월18일 숨을 거두자 유언에 따라 과학자 토머스 하비가 그의 뇌를 해부했다. 그러나 천재의 뇌는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평균 뇌 무게인 1400g보다 훨씬 가벼운 1230g이었고, 사고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도 얇고 주름도 얕게 파였다. 물론 아인슈타인은 70대 노인이었으므로 뇌세포의 수나 크기가 줄어든 것을 감안해야 한다. ‘천재의 뇌’의 비밀을 밝혀보려고 흥분했던 과학자들은 아인슈타인의 두정엽을 보고 그나마 위로받을 수 있었는데, 그의 두정엽은 일반인의 것에 비해 15%나 컸다. 또 세포끼리 소통을 돕는 아교세포가 많았는데, 머리를 쓸수록 증가하는 세포이다. 그의 뇌를 본 과학자들은 수학과 물리학에 필요한 공간지각능력과 계산능력, 추론능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꼭대기 부분이 이렇게 넓은 것을 보고 15%를 언급했던 것이다.

천재들의 뇌와 관련해 아인슈타인을 제외하고는 그 미지의 뚜껑이 열린 적이 없다. 따라서 뛰어난 두각을 나타낸 천재는 그 분야와 관련된 뇌의 특정 부분이 발달됐을 거라는 짐작만 할 뿐이다. 가령 음악천재 모차르트는 측두엽 중 음악을 담당하는 부위에 특이하게 뇌세포 연결이 많았을 거라든가,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황하고 방대한 글쓰기는 측두엽 간질로 인한 언어중추의 이상에 따른 것이라거나 빈센트 반 고흐 역시 뇌질환인 조울증이 있었다는 식이다.

천재들의 뇌를 다룬 책에서도 그들의 태도를 통해 공통점을 찾는 것이 대부분이다. 피카소, 다윈, 모차르트, 뉴턴이 모두 자기 분야에 편집증적으로 지독한 집착과 흥미를 보였고, 놀라운 끈기를 지녔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창조력과 상상력과 강한 개성의 소유자들이 꽤 되지만 범인과 천재를 가르는 것은 강렬한 ‘동기’이다.

폴 발레리는 천재성이 발휘되는 순간을 “노력과 직관이 함께 작용해 다른 곳으로 데려다주는 섬광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아인슈타인이 진짜 했던 말은 이거였다. “어떠한 논리적 방식을 통해서도 이 기본적인 법칙들에 이를 수 없다. 체험과의 긴밀한 접촉을 토대로 하는 직관만이 우리를 그곳에 데려다준다.”


바흐는 왜 수학을 좋아했을까?

음악은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교량

가슴이 뻐근해지게 되는 음악이 누구에게나 한 곡쯤 있다. 흥을 돋우거나, 온몸에 전율을 일으키는 음악도 있다. 음악은 우리를 자극한다. 정확히 말하면 뇌를 자극한다.

음악을 듣는 뇌는 감정에 빠져 있을 틈이 없다. 리듬과 음정을 분석하고 감정 영역까지 활성화되어 바쁘게 움직이는 중이다. 뇌 손상 환자를 연구한 결과 언어는 좌뇌의 측두엽에서, 음악은 우뇌의 측두엽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절대음감은 좌뇌가 담당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음악 기능은 언어 기능과는 달리 양쪽 뇌의 하모니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음정은 우뇌가, 리듬은 좌뇌가 담당한다. 또 음악 전체의 인상은 우뇌가, 세부 사항 분석은 좌뇌가 담당한다.

어려서 음악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뇌량은 보통 사람들보다 크다는 연구도 있다. 뇌량은 좌뇌와 우뇌를 잇는 교량인데, 음악 처리 과정에서 정보 교환량이 많았으리라 추정한다. 음악이 지능을 높여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일명 ‘모차르트 효과’이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 IQ가 8에서 9 정도 오른다는 내용의 논문이 1993년 <네이처>지에 실렸다. 이 논문에 따르면 바흐의 음악은 다소 효과가 있고, 베토벤이나 쇼팽의 음악은 전혀 효과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IQ 상승효과는 음악을 듣고 30분 안에 나타나며, 1시간이 지나면 뚝 떨어진다.

음악은 ‘감성을 자극하는 수학’이라는 말도 있다. 위대한 작곡가 중에는 수학을 좋아한 사람도 꽤 된다. 바흐는 수학 구조나 패턴, 차수를 좋아했고, 그의 음악은 최초로 컴퓨터에 옮겨졌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던 체코의 작가 밀란 쿤테라는 소설에 음악의 대위법을 적용시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쓰기도 했다.


참고한 책: <누구나 천재가 될 수 있는 뇌 학습혁명>(지상사) <당신의 뇌 얼어붙고 있다>(그루북스)